-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 대학원 교수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등장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내역이 고스란 히 드러나게 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문 제를 인식한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은 1982년 “Blind Signatures for Untraceable Payments”라는 논문을 통해 사이버 공 간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추적이 불가능한 암호화폐를 최초 로 제안한다. 그로부터 26년 후 ,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비트코 인(Bitcoin)’이라 불리는 신뢰기관이 없는 탈(脫)중앙화 된 암호화폐를 발표하게 된다.1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연스레 금융기관의 비대화/권력화에 반감을 갖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중앙의 은행 없이도 동작할 수 있는 탈중앙화 된 암호화폐 시스 템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일반적인 경우 사용자들의 모든 거래 정보 는 금융사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고 관리된다. 그러나 은행 없이 동작 하는 비트코인의 경우 중앙에 서버가 없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매커 니즘으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 ‘블록체인’
디지털이라는 속성상 암호화폐는 귀금속이나 실물화폐에 비해 복 제가 용이해 중복 사용(double-spending)에 매우 취약하다. 즉 천원 어치의 암호화폐를 가진 사람이 이를 복사해 이천원 또는 그 이상으 로 만들어 사용하기가 쉽다는 예기다. 이를 해결하고자 데이비드 차 움은 은행으로 하여금 이러한 중복 사용을 감시토록 했다. 그러나 은행이 없는 블록체인에서는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모든 사 용자가 은행을 대신해 매시간 일어나는 거래 내역들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해 서로 공유한다. 2 이때 만일 공유된 정보 중 서로 상충되는 거 래내역이 발견되면 구성원 대다수가 옳다고 동의한 것이 정당한 거래 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이렇게 공유된 정보는 모든 구성원들의 PC에 저장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되며, 사후에 이를 위·변조하거나 삭 제하려면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실제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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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이란 무엇인가?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자발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말처 럼 쉽진 않다. 우선 가짜 계정을 이용한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 즉 불 순한 의도를 가진 사용자가 허위로 여러 개의 ID를 만들어 틀린 블 록을 옳다고 몰표를 줄 경우 제대로 된 중복 사용 감시가 어렵게 되 는 것이다.3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블록 을 만들이 공유하고자 할 때마다 반드시 캡차(CAPTCHA)와 같은 복 잡한 암호퍼즐을 풀게끔 설계했다.4 즉, 기짜 계정을 만든 사람이 허 위로 여러 사람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러 개의 암호 퍼즐을 빠른 시간 안에 혼자서 풀어내야하므로 여론 조작이 어렵도 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블록의 실제 모습은 다음과 같다. 그림에서 각 블록은 고유의 일련번호를 갖고 있으며, 직전 블록과 해쉬 함수 (hash function)를 통해 연결돼 있다. 또한 모든 블록은 10분간 발생한 비트코인 사용 내역 정보를 담고 있으며, 맨 마지막에 암호퍼즐을 풀 었다는 증거를 담고 있다.
주)1. 데이비드 차움 박사의 암호화폐 모델은 은행과 같은 중앙의 신뢰기관을 필요로 한다.
2. 비트코인의 경우, 10분 단위로 관찰한 거래 기록들을 파일로 만들어 공유한다. 이 파일을 블록(block)이라고 하며, 보통 1.MB의 크기를 갖는다.
3. ‘드루킹’ 일당이 여러 개의 허위개정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한 경우를 생각할 것.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Sybil attacks’이라고 한다.
4. 이를 일컬어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라고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토시는 이를 위해 옳 은 블록을 가장 처음 만든 사람에게 일종의 보상으로서 비 트코인을 제공했다.5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맡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블록을 만들 때마다 계속해서 보상으로 비트코인 을 지급할 경우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 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비트코인은 약 4년마다 보상액 이 절반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즉 2009년 초기 보상액 이 50 비트코인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25 비트코인, 2016 년에는 12.5 비트코인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끊임없이 반으로 줄어들게 되면 2140년경 약 2천 1백만 개의 비트코인이 모두 생성되고 난 후부터는 더 이상 보상을 줄 수 없게 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럴 경우 신용 카드 수수료 떼듯 비트코인 사용 수수료를 떼 보상금을 충 당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세대 블록체인, '이더리움'
흔히 ‘2세대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이더리움(Ethereum)’ 은 2013년 당시 19세의 러시아 출신 캐나다인인 비탈릭 부 테린(Vitalik Buterin)에 의해 개발됐다. 그는 2013년 이더리 움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백서(white paper)를 발견하고, 2015년 이더리움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더리움의 특징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월드 컴퓨 터(The World Computer)’다. 비트코인이 불록체인에 암호 화폐의 거래 내역만 저장하는 반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상에서 프로그램 코드6 가 저장되고 실행되도록 만들어졌다. 대중에게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면 이더리움의 응용 분야 를 훌륭하게 보여준 첫 사례가 바로 액시엄 젠(Axiom Zen) 회사의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게임이다. 2017년 11 월에 출시돼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크립토키티는 디지털 고양이를 수집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펫(pet) 수집·육성 게임의 일종으로 게임 자체는 단순하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각자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고양이들을 사서 수집하고 서로 다른 종과 교배
해 새로운 유전자를 지닌 종을 탄생시키면 된다. 마음에 들 지 않으면 팔면 되고, 원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사면된다. 그 러나 기존 펫 게임들과 다른 점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 므로 한 번 구매하면 각 고양이 아이템들은 게임 회사가 망 하더라 영원히 내 것이 되며, 또 불법 복제나 위·변조도불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크립토키티 출시 이후 1만 달 레 이상의 고양이가 100마리 이상 거래됐고, 경제 규모는 4 천만 달러에 달했다. 심지어 몇몇 이용자들은 10만 달러 이 상의 고양이를 거래하기도 했다(2018년 4월 기준).
주)5. 이를 일컬어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주)6. 이 프로그램 코드를 일컬어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명(明)과 암(暗)
당초 비트코인을 위한 기반기술로 고안된 블록체인은 시 간이 흐르면서 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게 된다. 블 록체인이 갖는 ‘구성원간 합의를 통한 탈중앙화’, ‘투명성’, ‘위·변조 불가’, ‘가용성’ 등의 특징은 중개수수료가 최소화 된 직거래 시스템을 가능게 함으로써, ‘라주즈(LaZooz)’, ‘오 픈바자(OpenBazaar)’, ‘스팀잇(Steemit)’과 같은 새로운 서비 스를 탄생시켰다. 블록체인판 우버로 볼리는 이스라엘의 라주즈는 차량의 상태가 블록체인에 저장되고 검색되며, 승객은 이 회사에서
만든 암호화폐 ‘주즈’로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라주즈에서 는 중개인이 없으니 중개수수료가 없으며, 요금도 암호화폐 로 결제하기 때문에 이체·카드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캐나타의 쇼핑몰 오픈바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중개인이 없는 아마존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장밋빛 미래만을 갖고 있 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 해킹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합의 를 통한 탈중앙화는 확장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극대 화된 투명성 및 위·변조 불가능성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100명간의 합의보다는 100만명 간의 합의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며,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블록체인 상에 나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도 있는 글이나 영상이 올려질 경우 이를 삭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한 여론조작을 막기 위해 적용한 작업증명 등의 기술은 과다한 전력 소모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고성 능의 전용 장비로 무장한 전군 채굴꾼, 다른 사람의 PC를 이용해 몰래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봇넷(botnet) 등의 등장은 일반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 다. 이외에도 불완전한 익명성, 보안이 취약한 오픈소스 등 은 비트코인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 또는 ‘컨소시엄 블록체인(Consortium Blockchain)’, ‘오프 체인(Off-Chain)’ 기법과 같은 것들이 대 안으로 제시되고는 있으나, 이들은 모두 확장성을 위해 탈 중앙화를 일정 부분 희생시켰거나 블록체인의 가용성을 희 생시킨 것들이다.
4차 산업혁명은 왜 블록체인을 필요로 하는가?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자동화)과 ICT기술(초연결)의 광 범위한 힘을 활용해 사회 전반을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서, 3차 산업혁명에 비해 변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으로 일어나 상호 융합하므로 혁신의 발전과 전파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그러나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규모의 데이터 를 소유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혜택과 가치가 집중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부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 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적이다. 중앙의 독점적 기관 없이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 는 투명한 데이터베이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이 익이 모든 사람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데 매우 유용하 게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블록체인은 ‘줄기세포'와 같 이서, 매우 유망하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들 또한 많다. 앞으 로 우리 모두가 보다 긴 호흡과 안목으로 미래가치를 객관 적으로 평가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진보할 수 있 는지 지켜봐야 하겠다.
출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발간자료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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